본문
윤학렬 감독 “이 땅에 대한 가치…한 번이라도 생각하는 계기 됐으면”
100년 전, 대한독립을 위해 세상과 맞선 소녀들이 있었다. 흔히 3·1운동하면 유관순 열사만 떠올리지만, 그녀와 함께 목숨을 걸고 독립을 외쳤던 숨겨진 여성 영웅들이 있었다.
3 ·1운동 100주년을 맞이해 제작된 영화 ‘1919 유관순-소녀들의 조국’은 유관순을 소재로 그녀와 함께 옥고를 치른 서대문형무소 ‘8호 감방’의 여성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다. 오는 14일 개봉을 앞두고 영화 ‘1919 유관순’은 지난 4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시사회를 했다. 이날 시사회에는 윤학렬 감독, 배우 이새봄, 김나니, 박자희, 유의도, 김규리, 김광식 등이 참석했다.
특히 ‘1919 유관순’은 지난달 개봉한 ‘항거:유관순 이야기’와 같이 유관순을 소재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19 유관순’은 저예산 영화이지만 드라마와 다큐멘터리의 조합을 잘 살려 역사적 사실에 무게중심을 뒀다. 정책브리핑은 이날 윤학렬 감독을 만나 영화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영화 ‘1919 유관순-소녀들의 조국’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3·1운동 하면 유관순 열사만 떠올리기 쉬운데, 서대문형무소 8호 감방에 9명의 여성 독립운동가들이 있었습니다. 이번 영화는 유관순 열사를 비롯해 그녀와 함께 독립을 외쳤던 숨겨진 여성 영웅들의 삶을 다큐멘터리로 재조명한 작품입니다.
- 이번 영화를 기획하게 된 동기는?
언제부터인지 나라와 민족에 대한 마음이 약해졌습니다. 세계 유일무이한 분단된 국가에 살고 있어 남과 북이 연합을 이루지 못했는데, 3·1만세운동을 통해 서로 거부감 없이 관련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됐습니다. 특히 청년들에게 아버지의 마음으로 국가가 무엇인지 알려주고 싶어 만들었습니다.
- 유관순 열사를 소재로 책, 영화, 드라마, 뮤지컬 등 다양한 콘텐츠가 제작되었는데, ‘1919 유관순’은 어떤 점을 가장 표현하고 싶으셨나요?
감히 말씀드리고 싶은 게 ‘1919 유관순’ 영화는 진짜 유관순 영화입니다. 100여 년 동안 우리가 상대적으로 남성독립운동가보다 소홀하게 여겨왔던 여성독립운동가에 대한 이야기를 알리고 싶었습니다. 남성 독립운동가들이 독립운동을 할 수 있도록 안 보이는 곳에 내조했던 어머니, 할머니, 고모, 이모 등 그리고 유관순 열사처럼 직접 뛰어들었던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여성운동 차원에서 보면 3·1운동은 신분제도 철폐와 자존감 확립 등 인권적인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이제 그런 의미를 살펴야 하는 시기가 왔습니다.
- 이 영화의 관전 포인트 3가지는?
영화 마지막에 배우 하희라 씨의 내레이션이 나옵니다.
‘17세 소녀의 마지막 기도. 그녀들이 지키려 했던 조국, 그 하늘과 그 땅. 여러분에게 대한민국은 무엇입니까’
이것이 이 영화의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쉽게 마시고 있는 공기와 땅의 가치는 빼앗기지 않으면 그 소중함과 절실함을 알지 못합니다. 청년들에게 또는 이 땅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그 소중함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100년 전 그분들이 생명을 걸고 독립운동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가장 소중한 것을 빼앗겼기 때문입니다. 빼앗기기 전에는 이 가치를 모르기 때문에 후대 청년들에게 절대 빼앗겨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이 영화를 통해 알리고 싶습니다.
또 한 가지는 나라를 위해, 공의를 위해 헌신한 사람들의 삶을 기록하지 않으면 그 나라와 국가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공동체는 신분이나 지위의 높고 낮음과 상관없이 공의를 위해 헌신한 사람들의 삶을 기억해줘야 합니다. 시간이 지나 후손들이 그분들의 삶을 기억하지 않으면 누가 그런 목숨을 걸고 헌신을 할 수 있을까요. 절대 잊어서는 안 됩니다. 아울러 여성 독립운동에 대한 소중함도 꼭 기억해야 합니다.
- 올해가 3·1운동 및 임시정부 100주년이어서 의미가 남달랐을 텐데요. 제작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우선 저 자신에게 고맙고, 함께한 배우와 동료 등에게 모두 감사합니다. 평소 국가대표라는 생각하지 못하고 살았는데, 이 영화를 제작하면서 ‘축구 국가대표 선수들이 이런 마음으로 열심히 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배우들도 추운 겨울에 옥중 만세 운동을 하는 장면을 찍으면서 힘들었을 텐데, 모두가 국가대표라는 생각으로 혼연일체로 작품을 촬영했습니다. 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해 영화 ‘1919 유관순’이라는 작품을 촬영하면서 자신들의 재능을 헌신한다는 공의의 마음으로 임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촬영하면서도 잡음 하나 없이 서로를 위하는 마음으로 재미있고 의미 있게 촬영을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관객의 입장에서는 작품을 보는 시선도 다양할 것입니다. 이 영화는 역사의 사실을 알리고 싶은 사명감에 역사를 토대로 마련했기 때문에 애국심을 마케팅한다는 네티즌들의 갑론을박도 피해갈 것입니다.
- 감독님에게 100주년의 의미는?
한 세대가 가고 다음 세대가 옵니다. 어떤 시인이 이런 말을 했죠. 산을 오를 때는 못 봤던 꽃을 내려올 때 보았다는 것처럼 시간과 관계돼 있습니다. 이 영화를 만들면서 ‘이 시대의 문제뿐만 아니라, 후대에 어떤 조국을 남겨줄 수 있겠는가’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17세 소녀가 자기 이름이 세상에 널리 알려질 줄 알고 독립운동을 한 것이 아닙니다. 유관순 열사가 본인의 서훈등급을 1등급으로 올려달라고 그런 일을 한 것도 아닙니다. 그녀가 지켜낸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또 살아가는 것입니다. 관객들이 이 작품을 통해 어른다운 생각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아버지다운 아버지의 생각, 선생님다운 선생님의 생각이요. 그래서 반드시 청년을 살리는 작품이 되길 바랍니다.
-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 중국, 일본 등에서 촬영하면서 어려운 점이나 에피소드는 없었나요?
해외 촬영을 다양하게 하려고 했는데, 여건상 자료화면으로 대체된 장면들이 있습니다. 특히 유관순 열사와 8호 감방에 같이 옥고를 치른 어윤희, 신관빈, 권애라, 신명철 등은 개성에 있는 호수돈여고 출신입니다. 북한과 최종까지 논의하다가 결국 촬영이 무산돼 가장 안타까웠습니다. 3·1운동 정신이 남과 북의 화해 정신의 마중물이 되지 않을까 했는데 말이죠. 그러나 다음에 광복절과 관련된 유사한 프로젝트를 할 때는 조금 전진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 이번 영화를 제작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점이 있다면?
기록사진을 보면 유관순 열사의 옥중 얼굴 사진을 볼 수 있습니다. 유관순 열사는 마쓰자키 친일 형사의 혹독한 고문에 의해 후유증으로 돌아가셨는데, 300℃가 넘는 인두로 1년 넘게 고문을 당했다는 기록을 보고 처음에는 진짜 견딜 수 있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약간 들었습니다. 혹시 후대에서 영웅시하기 위해 만들어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촬영하면서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녀가 절실함과 간절함이 있었고 신앙인이라는 점이 가능케 했던 것입니다. 안중근 의사도 천주교 신자로서 사형을 앞두고도 결기를 보여 일본 교도관들이 그의 신념과 인품에 감동해 그분의 수의와 책, 안경 등을 나눠 가져 후대까지 전해졌습니다.
그때 옥고를 치른 유관순 열사와 안중근 의사와 같은 독립운동가들의 결기는 남달랐고, 정말 간절했습니다. 어릴 때는 잘 몰랐는데, 가장 소중한 것을 잃으면 억장이 무너진다는 말을 이제 조금은 알겠습니다. 유관순에게도 가족을 잃고 나라를 잃어 그런 소중함을 잃은 거에 대한 아픔이 커서 나라 사랑까지 간 것입니다.
공의를 가진 힘이라는 것은 위대합니다. 국가대표라는 이름을 달고 마음에 새겨서 뛰면 순간 젖먹던 힘까지 짜내어 뛰게 됩니다. 유관순 열사도 자신의 독립운동이 나라를 되찾는데 무브먼트가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녀가 독립만세를 외치면 남옥사까지 퍼져 서울 시내까지 퍼졌으니까요.
텍스트 개념이 비주얼 포인트로 바뀌었습니다. 영화 ‘항거’도 잘되어야 하고 제 작품도 잘 되어서 영상 콘텐츠를 통해 아카이브 기록해서 우리의 역사가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습니다.
- 관객들에게 어떤 메시지가 전달되길 바라나요?
앞서 말했듯이 영화 마지막 부분에 내레이션이 나옵니다. ‘17세 소녀의 마지막 기도. 그녀들이 지키려 했던 조국. 이 하늘과 이 땅, 대한민국은 여러분에게 무엇입니까?’ 이 영화를 보시고 우리나라는 나에게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을 해봤으면 합니다.
저도 자식을 키우고 있지만, 요즘 대학교에 들어가기 어렵고, 졸업하기도 어렵고, 졸업하면 취업하기도 어렵습니다. 취직을 못 해서 불행한 것이 아니라, 취직만 생각하게 한 우리들에게도 잘못이 있습니다. 이 영화를 통해 청년들이 조금이나마 쉬고, 우리가 사는 이 땅에 대한 가치에 대해 한 번이라도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자료출처=정책브리핑>
<저작권자 ⓒ 대한행정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