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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장·계급·칸막이 파괴…오직 하나에만 몰두했죠”

18-11-10 14:25

본문

정부 첫 벤처조직 해수부 ‘조인트벤처’가 말하는 두달간의 새로운 도전

 

벤처는 말 그대로 ‘모험’이며 ‘혁신’이다. 벤처조직은 가장 혁신적인 조직으로, 그동안 정부와는 거리가 먼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해양수산부는 이러한 선입견을 깨고 정부혁신의 일환으로 올해 ‘조인트벤처 1호’라는 벤처조직을 정부 부처 최초로 도입했다.   

 

‘조인트벤처 1호’는 민간의 벤처기업처럼 자유롭고 창의적인 업무 수행을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공무원 조직 내 칸막이는 없애고, 역량 있는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지난 5월 말~6월 전 직원 대상 아이디어 공모와 참여 신청을 받았고, ‘드론을 활용한 해양수산 현장업무 혁신방안’이라는 과제가 선정됐다. 이후 총 3명이 벤처팀으로 선발돼 7월 16일부터 9월 15일까지 청사 외부의 별도 사무실에서 이 과제에만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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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최초 벤처조직 ‘조인트벤처 1호’. (왼쪽부터) 안현규 주무관, 박찬수 사무관, 김경서 사무관, 이상길 혁신행정담당관

 

그 결과 벤처팀은 지난달 22일 ‘오션 드론(Ocean Drone) 555’ 비전을 발표했다. 정책브리핑은 두 달간 벤처팀으로 활동한 안현규 주무관(기술), 박찬수 사무관(제도), 김경서 사무관(인프라)과 팀 총괄자인 이상길 혁신행정담당관(이하 과장)을 지난달 30일 해수부 내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조인트벤처 1호’ 어떻게 만들었나?

 

그동안 해수부 혁신행정담당관에서는 정부혁신을 추구하기 위해 조직문화를 어떻게 바꿀지 고민해왔다. 혁신적인 창업은 혁신성장의 기본 토대가 된다. 이상길 과장은 “처음엔 제도를 바꾸면 달라질까 싶었지만, 그러면 평소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아 극단적인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대신 위험은 최소화하기 위해 최소의 인원으로, 기간도 최단기간으로 설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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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하게 지방청인 국립해양측위정보원 소속인 안현규 주무관은 2016년부터 2년간 현장에서 드론 업무를 한 경험이 있어 드론 관련 ‘기술’ 분야를 맡았다.

처음엔 과제 주제 하나만 덩그러니 던져주고 백지상태였다. 애초에 역할 분장도 없이 팀을 구성한 것이어서 ‘기술-제도-인프라’ 3부분으로 나눠 역할을 정했다. 팀 내에서 연장자이자 유일하게 지방청인 국립해양측위정보원 소속인 안현규 주무관은 2016년부터 2년간 현장에서 드론 업무를 한 경험이 있어 드론 관련 ‘기술’ 분야를 맡았다.

 

안 주무관은 바다의 등대시설을 관리하면서 드론을 활용하면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지방청에서는 기술 외에 정책적인 부분을 개선하는 데 한계가 있어 이번에 지원했다. 그는 “드론이 등대 외에도 수산, 항만 등 여러 해양수산분야에서 활성화됐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제도’ 부분을 맡은 박찬수 사무관은 새로운  도전하고 싶어 지원했다. 박 사무관은 “기존에 국제협력총괄과에 있었기 때문에 드론 관련 업무는 새로운 업무였고, 정부 조직 내 최초로 벤처를 만드는 것도 새로워 흥미로웠습니다. 그는 해양수산분야의 드론 활성화를 위해 드론 관련 법령이 어떻게 돼 있고, 이러한 ‘제도’를 어떻게 개선하고 풀어 나가야 할지 고민했다.

 

항만지역발전과에서 근무한 김경서 사무관은 ‘인프라’ 부분을 맡아 인력이나 조직 구성을 어떻게 할지, 사업들은 어떤 식으로 추진할지에 대해 연구했다. 김 사무관은 지난 5월 말경 전 직원 워크숍 때 ‘10년 후 미래’라는 주제로 2주 동안 고민한 끝에 기술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됐다. 그는 “우리 부는 기술과 떼려야 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직후 벤처 팀원을 모집한다는 소리에 흥미를 느꼈고, 주제가 드론과 관련돼 관심을 가졌습니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팀을 조직한 이상길 과장은 안 주무관의 오지랖에 높은 점수를 줬다. 이 과장은 “지방소속기관 내에서는 오지랖이 보통이 아닙니다.(하하) 오지랖이 보통 정도면 일을 혁신시킬 수 없습니다. 아무리 아이디어가 있어도 과를 넘기가 힘들고, 국과 실은 더 넘기 힘듭니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안 주무관의 드론에 대한 열정은 이러한 것들을 뛰어넘어 각 지방을 연결하고 등대업무와 항만, 수산 업무 등을 다 연결하면 큰 그림을 그릴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라고 칭찬했다.

 

 

♣처음엔 백지상태…중대한 분기점 ‘끝장토론’

 

벤처팀은 이러한 포부와는 달리 ‘해양수산 드론 활성화’라는 제목만 던져져 있었기 때문에 처음 한 달 동안은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난감했다. 김 사무관은 “먼저 2달에 대한 전체적인 계획을 짜고 중간에 방향이 몇 번 바뀌긴 했으나, 실·국장님께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활동 기간 문서작성은 한 건도 안 만들었고, 대신 현장파악이 중요했기 때문에 드론을 만드는 사람, 이용하는 사람들을 만나며 정보 수집을 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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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길 혁신행정담당관은 “조인트벤처 1호에게도 중대한 분기점이 있었다”며 그날을 회상하고 있다.

이들에겐 중대한 분기점 있었다. 바로 카이스트에서 ‘끝장토론’을 한 날이다. 자료수집 후 세부사항에 대한 진전의 기미가 보이지 않자 날 잡고 밤새워서라도 끝장을 보자는 마음으로 4명이 대전 카이스트에서 전지훈련을 했다. 안 주무관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전문 집단이 있기 때문에 좋은 기운도 받고, 딱딱한 공간에서 벗어나 연구자의 마음으로 해보자는 생각으로 임했습니다”라고 회상했다.


 

끝장토론 이후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왔다. 이후 현장에서 수렴한 의견들을 기술 개발과 제도 개선 과제로 구분하고, 인력 및 장비 등의 확보와 관련된 단계별 이행방안을 구체화해 ‘ ‘오션 드론 555’이 나올 수 있었다.

 

 

♣‘오션 드론 555’ 숫자엔 어떤 의미

 

‘오션 드론 555에서 555는 무엇인가 의문이 들것이다. ‘555’의 상징적 의미를 보면, 2019년 5대 지역 거점에 드론허브를 구축하고, 2020년에는 시범사업 추진을 위해 드론 50대를 도입하고, 2022년까지 전 해역에 드론 500대를 도입해 해양수산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게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5대, 50대, 500대를 합해도 555가 나온다. 박 사무관은 “정책을 설명할 때 숫자나 임팩트 있는 것이 기억하기 좋아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며 명칭에 대해 설명했다.

 

 

♣두 달, ‘몰입’할 수 있어 결코 부족하지 않아

 

한 과제에 집중하기에 두 달이라는 시간은 누구에게는 짧을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충분했다. 연구를 하다 보니 욕심이 생겨 두 달이라는 시간이 조금 짧아 아쉬웠지만, 기존 행정 업무에서 벗어나 한 가지에만 몰입 수 있어 결코 시간이 부족하지 않았다. 김 사무관은 “오히려 한 달이라는 시간이 더 있었으면 조금 늘어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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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서 사무관은 “2달이라는 시간은 결코 부족하지 않았다”며 “한 가지 일에만 몰입할 수 있어 좋았다”고 설명했다.

벤처팀은 업무만 기존에서 벗어난 것이 아니었다. 복장, 상하계급, 칸막이 행정 등 드론 사업과 관련 없는 것에는 벗어나 업무 하나에만 몰입할 수 있었다. 박 사무관은 활동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을 묻자 “올여름 엄청 더웠는데 기존의 복장을 다 떨쳐내고 편하게 입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복장부터 편해지니 마음가짐도 달라져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었다. 팀의 막내 김 사무관은 장관께 티셔츠 차림으로 보고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전했다.

 

두 달이라는 시간은 벤처팀에게 행복한 시간이었다. 벤처를 하면서 생각하는 즐거움을 느끼게 됐다. 이 과장은 “아침부터 밤까지 어떠한 것에 얽매이지 않고 이 생각 저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김 사무관도 마치 대학교 시절로 돌아가 팀 과제 하듯이 셋이서 자유롭게 수시로 이야기할 수 있어 좋았다. 집에 있더라도 어느 순간 문득 떠오르면 정리하고 바로 다음 날 논의할 수 있었다.

 

 

♣정부 조직문화 조금씩 바꿀 수 있어

 

그렇다면 ‘조인트벤처’가 정부 조직문화에는 어떤 변화를 줄 수 있을까? 조직 공학적으로 보면 이 조직은 관리자가 없었다. 위계에 따라 조직돼 있지 않기 때문에 실패하더라도 감당할 수 있었다. 이 과장은 “특정과나 TF에 지시한 후 잘 안되면 인사, 성과평가 등 부처에 미치는 영향이 좋지 않았을 텐데, 벤처조직은 그런 것들을 다 배제하고 특공대를 잠깐 만들었기 때문에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더라도 기존 조직이 영향을 받지 않도록 만들었다”라고 설명했다.

 

즉 실패하면 그것을 교훈으로 삼으면 되고 잘되면 기존 조직에 흡수하면 되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앞으로도 어떤 특정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전적인 방식의 업무 진행이 필요한 경우 도입해 봄직하다. 이 과장은 특히 연차도 낮고, 실무진들 위주로 제약 없이 해보라고 한 것이 강점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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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트벤처팀이 두 달간의 활동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러한 경험과 생각이 다시 각자 조직으로 돌아갔을 때 그 조직문화를 조금씩 바꿀 수 있을 것이다. 김 사무관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돕고자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다면 실패를 하더라도 그것마저도 누군가는 밟고 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다른 길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벤처는 완전한 정책을 써주지는 못하더라도 청사진을 보여줄 수 있다. 이 과장은 “추가 비용은 더운 여름 격려차원 사준 팥빙수 비용밖에 안 들었지만, 적어도 국책연구기관이나 컨설팅 회사에 6개월간 1억 원 비용을 들인 용역의 결과물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조인트벤처’를 벤치마킹 하고 싶다면…앞으로의 ‘청사진’

 

벌써 다른 부처에서 ‘조인트벤처’를 벤치마킹하려고 문의가 들어온다. 그런 부처에게 몇 마디 조언을 부탁드렸다. 김 사무관은정보수집 강조했다. 현장에 가서 많이 듣고, 관련 보고서를 다 읽고 관련자에게 전화로 많이 물으라고 권했다. 그는 “이러한 것들이 기반으로 갖춰져야 터닝포인트가 왔을 때 치고 나갈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초반에 정말 많이 고민하게 될 것입니다. 벤처라는 것이 특수하다보니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할 텐데 두려워하면 안 됩니다. 고민만 하지 말고 무엇이라도 해야 합니다”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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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수 사무관은 “조인트벤처를 벤치마킹하고 싶은 부처가 있다면 기존 부서에 대한 인센티브와 지원자가 동기 부여될만한 유인책이 공존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기존 부서에 대한인센티브 지원자에게 동기 부여할 있는 유인책이 있어야 조직을 구성하는데 수월하다. 박 사무관은 “기존 부서에서 사람을 데리고 가면 일손이 부족해 싫어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점을 상쇄할 수 있는 인센티브가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성과평가 시 기존 부서에 가점을 줄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지원자 당사자에게는 저희처럼 2주간 특별휴가를 갈 수 있는 유인책이 보장된다면 더 많은 지원자가 나올 것입니다”라고 의견을 냈다.

 

기존 업무와 연관이 없고 연차가 낮은 것도 오히려 강점이었다. 유사한 업무를 하던 사람이 벤처를 한다면 해왔던 연장선에서 갇힐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과장은 “1년 차, 3년 차 사무관 그리고 소속기관 주무관이었기 때문에 정책 경험이 많지 않아 선입견 없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추구할 수 있었습니다”라면서 “10년 공무원 생활을 하면 지시받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바로 설계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해수부는 조직 내 직급이 높을수록 벤처팀에 대한 관심 많았다. 특히 장·차관의 의지가 대단해 끝까지 갈 수 있었다. 이 과장은 “중간중간 보고하라는 말도 없었고, 실패할 수도 있으니 편하게 하라고 하셨습니다. 묵묵히 지켜봐 주신 게 큰 힘이 됐습니다”라고 감사함을 표시했다.

 

‘조인트벤처’는 앞으로 2호, 3호를 암시하고 있다. 아이디어 공모부터 직원 선발까지 새롭게 한다. 2기를 연말에 공모하고 선발해서 내년 1월 출범시킬 계획이다. 잘 된다면 상반기, 하반기 한 팀씩 정례 모집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나아가 해수부는 벤처팀을 통해 역량 있는 직원들이 다양하고 창의적인 정책을 제안하는 선순환의 조직문화가 창출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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