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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이 달라졌다 수기 공모전] ③ 최우수상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1년간 국민들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정책브리핑은 ‘내 삶이 달라졌다’를 주제로 체험수기 공모전을 진행해 우수작 5편(대상·최우수상·우수상)을 선정했다. 국민들이 느끼는 변화된 삶의 진솔한 이야기들을 정책브리핑이 소개한다. <편집자 주>
16년 동안 사회복지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대학교에서 배운 사회복지의 이론과 실무에서 실질적으로 이뤄지는 일들에 대한 차이는 대학교서 경험한 일반 사회복지사와는 달랐다.
사회복지공무원은 어떤 개별 상황보다는 명확한 지침과 법령에 따라 공정하고 평등하게 지원해준다. 때로는 기준에 초과되는 경우 그동안 지원되어 왔던 각종 사회복지서비스 보장을 제외·중지함으로 인해 따라오는 악성 민원은 사회복지공무원 이기 전에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매우 당황스러웠다. 각종 위협을 느낄 때마다 따뜻한 사람에 대한 마음보다는 냉정한 기준의 잣대를 적용하는 것에 대한 괴리로 인해 번아웃에 빠지는 경우가 종종 있어 왔다.
쏟아지는 수십 개 수백 가지의 각종 신설된 복지서비스를 습득도 하기 전에, 한정된 자원으로 신속하게 알려야 하는 현실과 누구보다 꼭 필요한 사람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기 위해 지역사회의 저소득층을 살펴봐야 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도덕성과 책임성을 갖춘 윤리강령을 준수하는 사회복지사의 선서처럼 실행하고 싶었지만 몇 번의 정부 정권의 교체와 수시로 변경되는 복지전달 체계의 개편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그렇게 지내오다 2017년 7월 희망복지지원단 읍면 맞춤형복지팀의 신설로 통합사례관리 담당자가 되었을 때도 별다른 의식없이 되풀이 되는 사회복지업무의 연장이라 생각했다. 맞춤형복지팀장 1명에 담당공무원 1명으로 시작된 협소한 조직 체계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
2016년부터 일부 시행되어 왔음에도 당시 본연의 업무 외에는 바라볼 시간조차 허락되지도 않았었다는 핑계를 대며 여력이 없었다는 자신의 합리화를 가장한 채, 코 앞에 닥쳐진 새로운 맞춤형복지팀 통합사례관리업무는 나의 생활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게 될지 예상할 수 없었다.
수기 속 A할머니의 집 주변을 대청소하고 있는 군인들과 자원봉사자들의 모습. |
찾아오는 민원인의 신청·접수를 처리하는데만 그치지 않고 먼저 찾아가 여러 복지서비스를 받아야 할 대상자를 발굴하고 심층상담을 했다. 가구별 욕구에 따른 통합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과 더불어 지역주민과 협력하여 복지사각지대를 발굴하고 위기가구 모니터링을 강화했다. 맞춤형복지팀에게는 복지상담 추진을 위해 출장용 복지차량 1대와 사회복지업무 담당 공무원의 안전을 위한 안전지킴이(공용핸드폰과 GEAR 2 시계형 폰)가 지원됐다.
그러나 막상 대상자의 발굴은 찬란한 시작의 스타트를 무색하게 했다. 어느 곳에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들여다 보이지도 않는 캄캄한 바닷속을 홀로 헤젓고 다녔다. 어려움을 갖고 있는 물고기를 찾아야 하는 막막함과 답답함은 어느 누구한테도 호소할 수 없었다. 신설된 팀의 결과물을 바로 도출해 내야 한다는 압박감은 숨이 턱턱 막히는 뜨거운 여름에도 불구하고 땀방울이 서늘하게만 느껴졌다.
약 4200세대의 전 주민에게 안내문을 발송하고 기관단체, 어린이집, 지역아동센터, 마트, 음식점을 돌고 지역사회보장협의체(행복돌봄추진단) 월례회의를 실시했다. 지속적인 맞춤형복지업무를 알리기 시작한지 1개월 만에 제보된 대상자 A씨는 83세의 노인이었다.
허리가 ㄱ자로 꺾인 채 낡은 유모차를 끌며 이동하는 A할머니는 염색하지 않은 회색머리를 며칠째 감지 않은지 더부룩했고 한여름에 털신과 기모바지, 두꺼운 색이 바랜 점퍼를 입고 있었다. 첫 대화를 시도했을 때 낯설어하는 시선과 참견하지 말라는 강한 적개심의 눈빛이 날카로웠다.
A할머니는 작은아들과 고등학교 손녀와 함께 생활하고 있었고, 한눈에 보여지는 외형적인 모습의 문제 외에도 거주하고 있는 집안, 마당, 대문주변에는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쓰레기 더미가 있었다. 이 쓰레기로 인해 눈살이 찌푸려지는 집의 방문은 불쾌한 악취, 병에 걸린 듯 털이 군데군데 빠져버리고 악다구니 쓰듯 짖어대는 2마리의 개들로 인해 좀처럼 주변의 환경을 제대로 살펴볼 수 조차 없었다.
매일 유모차를 끌며 각종 쓰레기를 집으로 가져오기 시작한 지 몇 년째. 가볍게 시작된 쓰레기 수집은 점점 불어났다. 잔소리를 해오던 작은아들 마저 뇌혈관 질환으로 쓰러져 A 할머니를 말릴 도리가 없었다. 결국 집은 쓰레기 산이 되어 버렸다.
마을의 보건진료소 소장님을 통해 전해 들은 이야기로는 A할머니는 남들처럼 배우지도 못해 한글도 읽을 수 없지만, 논리적인 말솜씨가 어찌나 좋은지 누구도 말로 설득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할아버지가 살아계실 때까지만 해도 싹싹하게 살림도 잘하고 농사일도 잘하는 분이셨는데 할아버지 돌아가시고 난 뒤 함께 생활하던 큰아들 내외도 타지로 나가고 이혼한 작은아들과 손녀와 생활하면서 점점 살림에 흥미를 잃게 되었고 초기 치매진단을 받았다고 했다.
처음에는 큰아들의 관심과 보살핌으로 치매약을 먹기 시작했지만 타지에서 생활하는 큰아들의 보살핌이 조금씩 멀어지게 되면서 정기적으로 약을 드시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고집스러운 성격 탓에 이웃들과도 대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홀로 농사만 지을 뿐 거주하는 공간 주변은 엉망이 되어 갔다. 가볍게 시작된 치매 증상은 계속 방치되고 있었다.
그동안 사회복지공무원으로 수없이 많은 대상자를 만났고 관리하면서 이런 A할머니의 생활환경과 모습은 좀처럼 찾아 볼 수가 없는 대상자였다. 간혹 이와 비슷한 사례를 만나도 종일 밀려드는 민원업무를 처리하기에도 벅찼다. 가정방문을 통해 문제를 직접 확인하고 해결하기에는 참으로 역부족이었다. 부끄럽지만 솔직히 제대로 접근조차 못한 것이 사실이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 맞춤형복지팀은 이러한 위기가구를 찾아내고 복합적인 사례들을 확인해 이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 본연의 업무이다.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과 관이 협력하여 방법들을 찾아 낼 수 있는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시도할 수 있었다.
쓰레기 산이 되어버린 수기 속 A할머니 집. |
통합사례관리대상자로 선정된 A할머니와 라포 형성을 위한 잦은 만남은 물론이요, 할머니를 설득할 수 있는 큰아들과 딸을 만나고 전화 상담을 시작했다. 작은아들의 의료비에 대한 지원, 마을이장의 협조, 통합사례회의를 통한 지원 체계로 치매안심센터 연계, 행복돌봄추진단을 통한 목욕과 미용 서비스 등 다양한 방법과 지원이 A할머니에게 집중될 수 있었다. 또한 산을 이루는 쓰레기더미의 대청소는 자매결연의 군부대와 행복돌봄추진단의 자원봉사, 환경미화원과 함께 할 수 있었다.
특히 초기 치매 진단 시 지속적인 약물복용과 관리를 하지 않아 증상이 시나브로 심화되었던 부분이 적극적인 치매안심지원센터의 방문과 찾아가는 프로그램 연계(주1회/12주차)로 인해 달라졌다. 깨끗하고 정리된 환경에서 환하게 웃음을 지으며 두 손을 맞잡아 주는 최근 모습에서 한치의 어색함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는 치매국가 책임제의 본격시행에 따른 치매환자와 가족의 부담을 덜기 위한 정책이 추진되게 되면서 1:1 맞춤형 상담, 검진, 관리의 서비스 연결의 통합 지원 서비스를 위해서 확대된 인력구성와 예산증액 덕분이라 생각된다.
아직은 주5회 주간보호센터의 방문에 거부감을 표시했던 A할머니에게 찾아가는 맞춤형 관리시스템으로 한 발짝, 한 단계 치매환자와 더불어 가족을 위한 사회적 지원이 확대될 때 비로소 A할머니의 발걸음이 옮겨지기를 기대할 수 있다. 또 이렇게 통합사례관리의 직접적인 현장문제 해결로 찾아가는 방문을 위한 공공서비스의 질 향상을 높이기 위해 현장 민생공무원의 충원이야말로 점점 늘어가는 복지 수요에 적절하게 대응하고 있는 정책이라고 생각된다.
감사함을 전하는 A할머니의 자녀들 뿐 아니라 쾌적한 집 주변의 환경 덕에 악취로 함께 고통스러워 했음에도 좀처럼 치매였던 할머니와 실랑이를 벌이고 싶지 않아 묵묵히 감내해주었던 옆집 거주자들의 시원스런 미소, 낯설고 날카로운 시선 대신 이웃돕기 물품의 최신 실버카로 이동하며 고마움을 전하는 A할머니의 웃음은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사회복지사의 윤리강령의 실천이 아닐까 싶었다.
장장 8개월 동안의 다소 접근하기 어려웠고 추진하기 힘들었던 부분의 과정이 녹록치 않았다. A할머니의 눈빛 변화, 집과 주변 환경 변화, 이웃의 변화는 한 사람을 책임지는 국가로부터 시작되어 내 손길과 빠르게 움직이는 발로 이어져 내 이웃으로 따스함이 느껴지는 보람은 내가 살아 있는 생동감을 전해준다.
당연히 사회복지공무원으로서 주어진 본연의 업무를 할 뿐이지만 내 이웃의 삶의 변화가 곧 내 삶의 변화로 전해져 보다 따뜻하고 정감 있는 우리 지역, 우리 고장 더 나아가 살기 좋은 우리나라가 되리라는 기대를 품어 본다.
사람에게는 사람만이 희망이기에 오늘도 나는 사회복지 현장을 누비며 더워지는 여름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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