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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문헌작품 속 국립공원 기행] 오대산기(허목)
글: 김소연 오대산국립공원사무소 자원보전과 주임
오랜 시간 잘 보존되어 온 자연만큼이나 국립공원 안에는 잘 간직해 온 문화유산이 있다. 이러한 국립공원을 옛 선조들은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과거의 국립공원은 우리의 선조들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답은 옛 문헌 속에 있다. 솔솔부는 바람과 청명한 하늘, 다가오는 이번 가을에는 옛 문헌작품 속 국립공원으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편집자주)
오대산국립공원은 백두대간의 가운데에 위치하고 있으며 고지대임에도 산세가 부드러워 마치 어머니의 품 같은 산으로, 1975년 열한 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완만한 봉우리가 부드럽게 이어져 산행이 수월한 월정사지구와 금강산에 견줄만한 비경을 간직한 소금강지구로 이루어진 장쾌하면서도 듬직한 산이다.
옛 문헌에서는 오대산을 어떻게 표현하고 있을까. 조선 중기 우의정을 지냈던 허목(1595~1682)은 숙종의 명으로 자신이 썼던 글을 엮어 ‘기언’이라는 문집을 펴냈다. 이 문집에는 오대산을 유람하고 쓴 <오대산기>가 있는데 일부를 발췌해보면 다음과 같다.
오대산은 창해(蒼海, 현재의 동해)의 서쪽 140리 지점에 있다. 오대산 북쪽은 설악산인데, 옛 예맥지역이다. 산이 높고 크며 골짜기가 깊어서 기운이 쌓인 것이 많은 바, 상왕(象王)·지로(智爐)·청계(靑溪)·장령(長嶺)·기린(麒麟) 등 다섯 개의 산이 있고 정상에 모두 대(臺)가 있어서 오대(五臺)라고 부르는데, 인적이 멀리 떨어져 있으며 바위 봉우리가 아득히 높다. 청계의 동대(東臺)에서는 붉은 바다에서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았다. <오대산기(五臺山記) - 산수기(山水記)>
오대산의 유래는 첫 단락에 나온다. 다섯 개의 대가 있는 산이라 오대산으로 불렸다는 것이다. 이 대는 오대산의 다섯 봉우리에 위치하고 있는 북대(미륵암), 중대(사자암), 동대(관음암), 서대(수정암), 남대(지장암)의 다섯 암자를 뜻하며 풍수 경관적 의미와 종교적 의미를 동시에 지닌다.
상오아봉 남쪽이 지로봉인데, 가장 깊은 산속에 있어서 맑은 기운이 많아 조수가 살지 않는다. 도인(道人) 효례(曉禮)가 이곳에 부처를 모신 것이 없으니, 이곳이 가장 깊은 산중이라고 한다. 기린봉의 영감사(靈鑑寺)는 사책(史冊)을 보관하고 있는 곳이다. <오대산기(五臺山記) - 산수기(山水記)>
영감사는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했던 오대산 사고의 수호사찰이다. 임진왜란 이후 조정에서는 국가의 재난상황에 대비해 깊은 산 속에 사고를 설치하여 국가의 중요 기록물을 보관했는데 오대산 사고가 그 중 하나다.
영감사는 오대산 사고에 보관된 실록의 관리와 수호를 맡아 수호군 60명과 승군 20명이 주둔하며 오대산 사고를 지켰다. 한국전쟁을 겪으며 소실되었지만 영감사는 1961년, 오대산 사고는 1989년 건물 중 일부가 복원돼 현재 남아 있다.
장령봉의 우통수(于筒水)는 영험 있는 샘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산중의 물과 합류하여 기린봉 동쪽 골짜기에 이르러 반야연(般若淵)이 되고, 월정(月井) 아래에 이르러 금강연(金剛淵)이 되니, 한강의 발원지이다. <오대산기(五臺山記) - 산수기(山水記)>
마지막 단락은 서대(수정암)에 있는 우통수를 소개하고 있다. 세종실록지리지, 택리지, 동국여지승람 등 다양한 옛 문헌에서는 우통수는 한강의 발원지라고 기록한다. 우통수를 물의 빛깔이 곱고 맛이 특이하며 무게도 보통 물보다 무겁고 다른 물과 섞이지 않는 특성이 있는 영험한 샘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1986년 국토지리정보원이 위성으로 측정해 태백산의 검룡소를 한강의 발원지로 발표한 이후부터는 검룡소를 한강의 지리적 발원지로, 우통수를 역사·문화적 발원지로 보고 있다. 현재 서대(수정암)는 비법정 탐방로로 출입할 수 없으며 오대산국립공원 인근에 있는 한강시원지체험관에서 우통수와 관련된 문헌과 실물을 그대로 재현해놓은 모형을 볼 수 있다.
오대산은 예로부터 문화적으로나 역사적으로 중요했던 명산이다. 오대 암자(서대 수정암 제외)에서 오대산의 다양한 경관을 보고, 영감사와 한강시원지체험관에서는 오대산의 역사와 문화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번 가을에는 다섯 봉우리가 병풍처럼 둘러서고 그 깊은 가슴에 천년 고찰을 품은 오대산국립공원에서 자연에 담긴 문화유산의 향기를 느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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