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5월 25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3차 재조사 최종 결과를 발표했다.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법관들에 대한 성향이나 동향을 파악한 문서가 발견됐지만, 이들에게 인사 불이익을 줬다고 인정할 자료는 없으므로, 법원행정처가 특정성향을 가진 판사명단을 작성해 동향을 감시하고 인사상 불이익을 주려 했다는 ‘사법부 블랙리스트 문건은 없었다’라는 결론이다.

그러나 이러한 조사위원회의 결과발표는 국민의 시각에서 사법부에 대한 그간 의혹과 불안감을 해소하였다고 볼 수 없다. 사법행정에 대해 비판적인 특정 법관의 성향, 동향, 재산관계 등을 파악하였다는 사실 만으로도 충분히 법관의 독립성을 저해하는 행위라고 할 것이다. 특히 상고법원 도입 등 법원 숙원사업을 위해 재판을 정치권과의 협상카드로 활용하려고 한 정황은 법관의 정치적 중립성을 심각하게 침해했다고 볼 것이다.

사법부 블랙리스트는 그 의혹만으로 법관의 정치적 중립성을 흔들고, 사법부의 독립을 해치며 민주주의를 후퇴시킬 우려가 크다. 또한 국민의 기본권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사건기록에 파묻혀 성실히 일하는 법관보다 특정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법관들이 요직에 진출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여 법관을 관료화 시킬 우려도 있다.

법관이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양심에 따라 판결로 말할 수 있는 시스템과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시스템과 제도를 바꾸지 않으면 법관들은 “판결로써 말해야 할 때 침묵하고, 판결로써 말해서는 안 될 것을 말하게 될 것이며, 판결이라는 방패 뒤에 숨어 진실에 등 돌리게 될 것이다.”

사법부는 판결로 말하고 그 판결의 무게는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뼈아픈 경험을 통해 외부로부터의 독립뿐만 아니라 사법부 내부로부터의 독립과 스스로의 자정노력으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사법부 본연의 모습을 되찾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