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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에는 숲으로 가자] ① 양구 DMZ 펀치볼
- 글: 전범권 북부지방산림청장
연둣빛 이파리 사이로 살금살금 햇살이 스민다. 한 발자국씩 걷는 길마다 풀내음, 나무내음 자연의 향기가 실려온다. 살랑이는 바람은 더위를 식힌다. 산림청은 잘 가꿔진 우리 숲의 가치를 높이고 국민에 널리 알리기 위해 매년 국유림 명품숲을 발표한다. 올해는 가족이 함께 찾아가면 좋을 휴양·복지형 명품숲이 10곳 선정됐다. 이제, 숲의 매력에 빠질 때다. 올 여름에는 숲으로 가자. (편집자 주)
전범권 북부지방산림청장 |
나라사랑의 달 6월을 맞이해 북부지방산림청은 산림청이 선정한 휴양·복지형 국유림 명품숲 10곳 중 하나인 강원도 양구군 해안면의 ‘DMZ 펀치볼’을 소개하고자 한다.
‘DMZ’란 군사적 시설이나 행동이 제한된 비무장지대를 뜻하는 Demilitarized Zone의 약어로 휴전선을 중심으로 남북으로 각각 2㎞씩 떨어진 동서길이 248㎞ 지역을 말한다.
원래는 휴전선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설치된 철책선 안쪽 지역을 의미하지만 일반적으로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북방을 포함한 인근 접경지역을 말하고 있다.
‘펀치볼’은 포도주에 과일을 섞어 만든 ‘펀치’라는 칵테일을 담은 화채그릇을 일컫는 말로 한국전쟁을 취재하던 미국 종군기자가 가칠봉(해발 1242m, 양구군 해안면 소재)에서 내려다 본 노을과 분지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펀치’라는 탄성을 질렀다는 일화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DMZ 펀치볼’은 국토정중앙 최북단이라는 상징성과 전쟁과 평화에 관련된 ‘안보’ 테마를 중심으로 산림문화·역사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세계적으로 보기 드물게 잘 보존된 DMZ 숲 생태계와 농촌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경관으로 유명하며 이곳의 숲길에서는 각 길마다 만날 수 있는 유적, 자연, 역사적인 사건과 양구지역 특산물(시래기·사과 등)까지 만날 수 있다.
운해에 둘러쌓인 ‘DMZ 펀치볼’의 전경. |
‘DMZ 펀치볼’ 대부분의 숲은 6·25전쟁 이후 지리적인 특성으로 민간인 접근이 어려운 지역에 자연적 도태과정을 거쳐 조성된 천연림이다. 인간의 간섭을 받지 않아 멸종위기 동·식물이 많이 서식하고 있어 종다양성 보존을 위해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보호·관리되고 있다.
이렇게 잘 보존된 숲의 가치를 알리고자 숲속의 오솔길과 마을길 등을 연결해 조성한 둘레길을 포함한 ‘DMZ 펀치볼’이 10대 명품숲 중 하나로 선정되었다.
북부지방산림청은 지난 6년간 (2010년∼2015년) DMZ 펀치볼 주변의 잘 보존된 숲과 정겨운 농촌 풍경을 즐길 수 있는 4개 노선의 둘레길 조성을 추진했다.
1코스 ‘평화의 숲길’(14㎞, 4시간 소요), 2코스 ‘오유밭길’(21.12㎞, 5시간 소요), 3코스 ‘만대벌판길’(21.9㎞, 5시간 30분소요), 4코스 ‘먼멧재길’(16.2㎞, 4시간 20분소요) 등 총 길이는 73.2km에 이른다.
DMZ펀치볼 둘레길 1∼4 코스 안내도. |
첫째, 펀치볼의 북서쪽 을지전망대와 인접한 ‘평화의 숲길’은 남방한계선에 가장 근접한 코스로 국토분단의 상징물(교통호·벙커·월북방지판·철책선 등)을 접하며 분단의 상처와 평화의 소중함을 실감할 수 있는 곳이다. 또한 소가 누워있는 형상이라 하여 이름 붙여진 와우산의 후리 자작나무숲에서 ‘평화의 숲’에 얽힌 전설을 들을 수 있다.
둘째, 펀치볼 남서쪽에는 양구와 인제에 걸쳐 위치한 대암산(해발 1312.6m)과 잇닿은 대우산(해발 1178.5m) 자락에 ‘오유밭길’이 있다. 이곳은 멸종위기 1급으로 1968년에 천연기념물 제214호로 지정된 산양이 서식하고 있다.
그 외에도 다양한 희귀 동·식물의 흔적을 접할 수 있는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이다. 펀치볼 야생화공원과 해안분지의 수려한 자연경관을 보고 학사모바위에 얽힌 전설 등을 들을 수 있는 곳이다.
‘평화의 숲길’에서 볼 수 있는 벙커의 모습. |
셋째로 펀치볼 남쪽에 위치한 ‘만대벌판길’에서는 국립 DMZ자생식물원, 만대저수지, 성황당을 지키는 졸참나무 보호수와 만날 수 있다. 또 대암산 자락의 소 능선과 계곡을 오르락내리락 걸으며 소나무 숲 아래로 펼쳐진 만대평야의 탁 트인 경관을 감상하며 명상의 시간을 가져볼 것을 추천한다.
끝으로 펀치볼 동편에 위치한 ‘먼멧재길’은 후리 자작나무 숲을 지나, 접경 군사지역의 오싹한 지뢰밭 길을 통과하여 인제군과 경계를 이루는 산 능선으로 민통선을 따라 걸을 수 있다. 이곳에서는 금강산, 무산, 운봉, 스탈린고지 등 지금은 갈 수 없는 북녘 산하와 남쪽의 설악산, 점봉산, 향로봉 등 산봉우리가 그림처럼 펼쳐진 장관을 볼 수 있다.
참고로 DM Z펀치볼 둘레길 중 일부구간은 민통선 이북지역이라는 지리적인 여건·안전·보안 등으로 인해 사전 예약을 통해 탐방해야 하는 특수성을 가지고 있다.
*DMZ 펀치볼 둘레길 탐방 예약 : 한국등산트레킹지원센터 홈페이지(1일 100명)
‘만대벌판길’의 탁 트인 청보리밭. |
이처럼 DMZ 펀치볼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대한민국 휴전선의 안보현실과 함께 잘 보존된 천연의 숲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나라사랑의 달 6월을 맞아 지난 4, 5월 역사적인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을 축하하고 성공적인 북미정상회담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분단의 아픔을 안고 있는 DMZ 펀치볼 국유림 명품숲을 소개했다. 민북지역의 ‘양구 DMZ 펀치볼! D(되게) M(멋지고), Z(좋은) 숲길’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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